믿음은 자신의 눈을 믿지 않는 것
법심리학에 관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실험대상자들 몇 십 명에게 어떤 살인 사건을 보여주고는 그것을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목격자 진술을 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결과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실험대상 중 상당수가 사건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는 점에서 완전히 상반된 진술들을 여러 가지 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살인 도구나, 방법의 차이는 물론, 살해자와 피살해자까지 뒤바뀌어 진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목격진술의 정확도에 대한 법심리학의 연구 결론은 그 정확도가 50%를 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목격자 증언 내용 가운데 최소한 두 가지 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라는 현실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목격 진술의 정확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이유들은 목격자 자신의 상태, 성향, 자신감, 상황에 반응하는 자세 등이라고 합니다.
결국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목격자 자신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자신의 눈이 얼마나 주관적인지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은 오히려 저를 지극히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느끼는 모양이지만, 사실 제가 자신의 눈에 대해서 느끼는 것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아주 주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눈을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든지,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 믿겠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존재인가 봅니다.
믿음은 자신의 눈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믿음은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것들은 대개가 세상의 조류를 따라 생긴 관(觀)인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런 가치관에 따라서 세워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의 눈을 믿지 않는 습관부터 배워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서 조그마한 사랑만 가지고 있어도 눈에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의 허물을 허물로 보지 않는 눈을 가지게 됩니다. 그제서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깃들고, 그러면 행복의 기초를 쌓게 됩니다. 하물며 자신의 눈을 믿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그분의 손길을 보는 믿음의 눈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겠는지요?
성경은 그 가르침을 이렇게 고백으로 전합니다.
“믿음은......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 신약 히브리서 11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