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기준
국가를 성경에 나오는 바다괴물로 묘사한 ‘리바이어던’이란 저서로 잘 알려진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이라 말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악이라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각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다르므로, 당연히 선과 악의 기준도 모두 다르게 된다 했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그의 철학의 근간이 될 정도로 중요한 개인의 본성 파악이었습니다.
문제는 홉스가 말한대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기준 설정도 너무나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선이라고 정의하는 기준에 자료가 되는 것들이 너무나 주관적이라는 것이지요.
첫째, 사람들은 이제까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선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해오던 것이면, 좋은 것이고, 무언가 다른 것, 새로운 것은 안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요.
둘째, 또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면, 선한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도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기 스타일이나 자기의 선호 경향에 맞으면 선한 것이라는 착각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이 모든 관계성을 해치는 첫 출발입니다. 결국 모든 관계를 해치고, 상처를 입히며, 급기야 다툼과 전쟁으로 치닫는 모든 근본 원인이 바로 이러한 주관적인 선 개념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개인이나 공동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놓고 관계의 파괴나 상실, 거기서 오는 상처와 피해에 대해서 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존재의 연약함인가 봅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란, 이런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선은 그렇게 자신과의 관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기의 관점이나 이익, 관계성을 벗어나는 선이며, ‘나 중심’의 가치가 아니고 ‘너 중심’의 가치인 것입니다.
어그러진 관계나 상처에서 해방되고 더 성숙한 관계를 누리고 싶습니까?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선 개념부터 한 발자국씩 벗어나 보십시오.
우리가 그렇게 본능적으로 배어 있는 선의 주관성에서 벗어나기를 조금씩 노력하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를 닮아가려는 헌신이고, 그것을 통해서 비로소 진정한 관계의 회복을 경험하고, 거기서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세우고 누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